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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6 고사상 웃고있는 '돼지머리'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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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상 웃고있는 '돼지머리' 속사정은?

지난 주말, 춘천에 사는 지인의 아들이 작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를 초대했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것인데
나는 그의 사업이 잘 되기를 속으로 빌고 겉으로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 아직 손님들이 많이 찾지는 않았지만 곧 개업식을 한다며 부산을 떨고 있었다.
따끈한 떡시루가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오갔고 고사상 한켠에 돼지머리가 올려져 있었다.
우리가 흔히 봐 왔던 익숙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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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사상 위의 돼지머리가 웃고 있었다.
곁으로 다가가서 자세히 보지 않아도 잘 삶겨진 돼지머리(대가리)는 웃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돼지대가리(이렇게 불러야 할 것 같다.)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떠 올려 봤다.

특별히 종교의식으로 새로운 사업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는 주로 '고사'라는 이름으로 사업 시작전에 의식을 행하는데
이런 모습은 전국 어디를 가나 똑같은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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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이 구현되는 현장에서도 돼지대가리는 필요했고
 구멍가게를 오픈하는데도 돼지대가리는 필요했다.
심지어 후배 한녀석은 오래전 내게 전화를 걸어서 '선배님 떡 잡수러 오세요'라고 했는데
그녀석은 처음 산 자동차 앞에 돼지대가리를 놓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우리민족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이 잘되기를 비는 고사상에 이렇듯 돼지대가리를 선호했는데
거긴 여러가지 속설이 따르고 속설에 따라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놓고 설왕설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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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던 그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돼지대가리는 고사의식이 끝나고 나면 해체되어
'돼지 머릿고기'로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데
고사가 끝나고 맨먼저 고기살점 몇점하고 먹는 소주나 막걸리가 없다면 손님들은 허전할 것이다.
이를테면 잔치집과 같아야 할 개업식에 차 한잔만으로 때우면 무슨 맛이겠는가?

그래서 고대 이래로 희생재물이 된 돼지대가리는 고사의 희생재물이면서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는데,

속설 중 재미있는 하나는 우리민족의 전통 놀이인 '윷놀이'의 '도'가 돼지를 상징한다는 말이다.
도는 윷판에서 제일 처음 시작하는 '첫걸음'이 내포되어 있고 '시작'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시작을 천지신명께 고하고 비로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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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돼지는 '도야지'라고도 불리며 '돼야지'라는 말과 닮아서
사업상태가 잘 될 것 같은 암시를 유발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럼! 사업이 잘돼야지!' '잘 돼지?' 잘 돼요!'...이렇게 써 놓고 봐도 잘 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상만사가 반드시 느낌만으로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잘될 것 것이라는 믿음은 시너지 효과로 작용하여 사업을 더 활기차게 할 것인데
잘 안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보다는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돼지는 돈豚으로 불리며 화폐를 일컫는 '돈Money'과 소리말이고 먹이사슬 하층부에 있어서인지
다산을 하는 돼지를 통하여 돈이 쏟아지길 기원하고 있는 것이며
각종 속설에 돼지=복 또는 돈과 직결되어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돼지대가리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을 하면 밑도 끝도 없을 것이나
나는 돼지대가리가 웃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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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별의별 일반의 속설을 차치하고 고사상에 오른 돼지가 웃고 있다니
이거...잘 될 징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고,
목이잘려 인상을 팍 찌푸리고 있는 돼지대가리를 천지신명이 좋아할 리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전해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런 돼지대가리를 푹 삶을 때
주문한 음식점에서 기술적으로 돼지를 웃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돼지 미간을 펴거나 눈꼬리를 요런(^^) 표정으로 만들고
벌어진 입술을 조금 웃는 표정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유심히 돼지대가리를 들여다 봐도 그 흔적은 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사를 통해서 사업이 번창하고 돈만 잘벌면 돼지!...까이꺼 뭔 소용이랴 싶었다.

요즘 우리나라  전국각지에 이런 돼지대가리가 많이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방법을 동원하던지(운하건설 기초공사 같은 거 빼고 도둑질 강도질과 닮은 거 빼고)
경제가 윤택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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